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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의 성지 육백마지기로 가다
저녁 먹고 집에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짝꿍이 소파에 누워 인스타를 하다 밤하늘에 별이 가득한 육백마지기 피드를 보여줬습니다. 오늘자 피드라 지금 가면 별구경 실컷 하다 올 수 있을 것 같아 잠깐 고민하다 별구경하러 평창 육백마지기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도착하면 1시쯤 될 것 같아 씻고 바로 잘 수 있는 상태로 차박에 필요한 장비만 챙겨 집을 나섰습니다. 차에 밥 넣는 동안 편의점에 들려 아침으로 먹을 만두랑 물만 사들고 평창으로 출발했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차가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속도가 줄어드는 구간이 있었습니다.
출발한 시간이 대략 밤 10시 정도였는데 다들 놀고 집에 가시는 길인가 아님 우리처럼 급으로 여행 가시는 분들인가 잠시 궁금해하고 신나게 달리다 보니 평창에 도착하긴 했는데 분위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안개가 등장하더니 갈수록 더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인스타 피드가 분명 오늘자였는데 과거 사진을 오늘 올린 건지 사기당했나 봅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긴 시간 동안 달려온 건데 안개 보자마자 실망감이 컸습니다. 반신반의로 육백마지기를 향해 가고 있었는데 역시나 미탄면은 안개가 더 심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별은 못봐도 차박은 하고 가야지 라는 마음가짐으로 청옥산 정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청옥산 정상은 미탄면에서 약 10km 정도의 언덕길을 올라가야 하는데 오르막이 시작한 구간부터 안개가 더 짙어지더니 중간부터는 앞이 아예 보이지 않은 정도로 심했습니다.
시야 확보도 안되고 하이빔 켜면 반사되서 더 안 보이고 안개등으로 조심조심 올라가는데 공포감이 엄청났습니다. 길은 안 보이고 도로는 비포장 도로고 갈길은 아직 많이 남았고 멘붕 상태였습니다.
차를 돌릴 곳도 없고 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어렵게 정상까지 올라갔는데 차박할만한 장소도 안 보여서 다시 내려오며 차박 할 장소를 물색했습니다. 풍력발전 있는 쪽이 차박 하기 좋아 보였지만 결빙 등으로 구조물이 떨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는 현수막을 보고 빠르게 마음을 접고 올라올 때 보였던 노지까지 내려갔습니다.
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아 그냥 평지인줄 알았는데 주차하고 보니 진흙탕이어서 당황했습니다. 차를 평평하게 주차하려고 움직이는데 바퀴가 빠져서 움직이질 않아 그냥 잘까 고민하다 경사도 있고 아침엔 땅이 더 녹아 나오기 힘들 것 같아 이리저리 움직이며 차를 빼긴 했습니다.
아침에 보니 딱 우리가 주차한 곳 빼곤 돌들이 깔려 있었답니다.
차박 세팅하고 보니 1시가 훨씬 넘어서 바로 잤습니다. 별 보러 멀리까지 왔는데 안개가 가득해서 대실패였습니다.
차박도 처음 하는거였는데 침낭과 핫팩 덕분에 새벽에 잠깐 추웠던 거 빼곤 잘 자고 일어났습니다.
눈떠보니 9시 30분!
야속한 안개들은 사라지고 맑은 파란 하늘에 하얀 풍력발전기들 돌아가는 경치가 보여 바로 창문을 내려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풍력발전기 3호기 주차장은 여유로웠습니다. 정상의 경치는 차박 했던 장소보다 훨씬 더 좋았습니다. 막힘없이 쫙 펼쳐져 있는 파란 하늘과 하얀 풍력발전기들의 조화가 너무 잘 어울려서 제 마음이 깨끗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6월 말에 방문하시면 만개한 데이지꽃을 볼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열심히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들 때문에 소음은 조금 있지만 그마저도 ASMR처럼 들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육백마지기 정상은 고요한 분위기는 아니고 풍력발전 소음이 기본 ASMR로 깔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니 이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소음에 예민한 사람인데 차박 할 때도 문 열어 놓고 풍경을 감상할 때도 예민하게 반응할 만한 소음이라 인식되지는 않았습니다.
잠시 풍경을 즐기고 화장실을 갔는데 문이 닫혀있었습니다. 분명 이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동계에는 이용을 못하는 건지 다 닫혀있었습니다. 화장실은 가야 하니 인근에 있는 카페에 들려 핫초코 두 잔 시키고 화장실 다녀왔습니다.
다시 정상으로 올라와 트렁크 문을 활짝 열어두고 누워서 풍경을 감상하며 아침밥을 준비했습니다. 어제 챙겨온 미역국과 햇반, 만두까지 바로쿡에 넣어 데워지기를 기다렸습니다. 바로쿡도 처음 사용해보는 건데 발열팩을 적게 넣어 데워지다 말아서 발열팩 추가하고 한참을 기다려 따뜻한 아침을 먹었습니다. 바로쿡 가방을 사용하는 분들은 발열팩 큰거 두 개 정도는 넣어야 음식들이 뜨겁게 데워진답니다.
밥 먹고 차도 마시며 육백마지기 경치를 눈에 담으며 쉬어봅니다.
바람의 성지 육백마지기
풍력발전기가 있는 곳은 바람이 잘 부는 곳이라는 건 알고 계시죠?
바람이 잠잠한 날에는 여성분들의 경우 머리를 풀고 오셔도 됩니다만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머리카락들이 신명 나게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머리카락이 옆사람 때리고 내 얼굴도 때리고 난리가 나니 묶고 오셔야 살아남습니다.
모자를 쓰고 있어도 강풍한번 맞으면 잃을게 많아집니다.
차박 장소 및 화장실 사용
육백마지기는 공식적으로 차박이 허용되는 곳이기는 하지만 취사 및 야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차박 포인트로는 3호기 풍력발전소 주차장, 2호기 전망대 주변 언덕입니다.
화장실은 3호기 주차장에 화장실이 있지만 제가 방문했을 땐 닫혀있어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블로그 글을 보면 평소엔 오픈되어 있어 사용 가능한 거 같은데 동계라서 닫아놓은 건지 이유는 확인 못했습니다. 낮에는 주차장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려 해결 가능한데 음료 구매 비용이 발생합니다.
방문하기 전에 화장실 사용 가능한지 확인하신 후 그거에 맞춰 일회용 변기 준비 여부를 결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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